간증
하나님께서 제 인생에 주신 최고의 스승, 기독교학과 장원 교수님의 이야기를 이렇게 나눌 수 있게 된 것을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께서는 일생을 교수로 일하시면서 제자들을 아낌없이 사랑하시고 학생의 삶을 위해 필요하다고 믿으시면 무조건 도우셨고, 학교 밖에서도 많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셨어요. 이런 선생님의 삶에 대하여 2000년 2월, 조선일보에 “한껏 베풀고 간 향기로운 삶 - 이화여대 장원교수의 무소유,” 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지요.
월급은 거의 다 어려운 제자들의 몫이었고 도움 받은 학교의 목수, 수위, 고아 등 선생님께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도우셨는지 다 알 수도 없다는 내용이 실렸지요.
선생님께서는 2000년 2월 10일 목요일, 85세에 소천하셨습니다.
장례식 찬송을 “주를 앙모하는 자”로 미리 정해 두셨고 찾아오는 제자들이 불편하지 않게 방학 때, 목요일에 돌아가셔서 토요일에 장례를 마치고, 주일을 지키는데 어려움이 없기를 소원하셨는데 그대로 되었습니다. 장례비로 400만원을 남기시고 부조도 받지 말고 일하는 분들 팁을 주는 것까지 제자에게 세세히 부탁하셨지요. 선생님은 평소에 늘 ‘하나님이 나의 빽’이라고 하시면서 제자들에게 후히 베푸시더니 정말 빽이 대단하셔서 하나님께 가시는 날도 기도대로 되었습니다.
오래 전 제가 대학에 입학한지 얼마 안된 어느 날 아침, 등교길에 장원 선생님의 뒷모습이 보여서 “교수님~” 부르며 뛰어가서 인사를 했더니 어떻게 이렇게 학교에 일찍 오느냐고 하시더니 수업 시작까지 시간이 있으니 선생님 방에 가서 같이 차 한잔 마시자고 하셔서 냉큼 따라갔어요.
마치 예수님의 “나를 따르라.”는 부름 한번에 당장 따라나선 제자처럼 운명 같은 만남이었지요.
이렇게 우연한 인사 한 번으로 만난 선생님과, 저처럼 부름 받은 다른 제자들과 함께 우리는 아침에 모여서 다락방이라는 작은 책자의 마음 따듯한 짧은 이야기 한 페이지를 읽고 찬송을 한 곡 부르고 선생님께서 주시는 커피와 쿠키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선생님께서는 “하나님나라는 날마다 잔치를 하고 즐겁게 나누어 먹는 곳이에요. 예수님은 제자들과 늘 같이 살고 같이 잡수셨어요.”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교수님의 제자가 되어 교수실을 내 방처럼 드나들며 선후배가 자유롭게 모여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 속에 씩씩하게 사는 삶의 지혜도 배웠지요.
그 분은 분명 사람을 낚는 어부이셨지만 우리에게 예수를 믿으라고 직접적으로 말씀하신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선생님께서는 그 말씀 없이도 우리를 기도하는 생활과 실천하는 믿음으로 살도록 삶으로 보여주셨어요.
저희 집은 믿는 집이 아니었는데 선생님께서 믿는 예수님을 저도 당연히 믿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교회를 찾아가고 세례도 받게 되었지요.
언젠가 사랑하는 스승 장원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담임목사님의 배려로 이 시간을 갖게 되어 너무나 감사합니다.
간증 준비를 하는 동안 장원선생님을 엄청 사랑하시는 주님께서 날마다 한 개씩 단어를 생각나게 하셨는데 저는 자칫 제가 드러날까 걱정되어 “최영숙, 정신차려. 너를 드러내는 것이 간증이 아니잖아” 하며 써 놓은 글을 다 지워버렸지요. 그랬더니 다시 준비한 내용이 무슨 보고서 같은 글이 되어 제가 읽어봐도 답답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님께서 생각나게 하신 4개의 단어를 중심으로 새로 간증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1. 별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기 1년 전, 1999년 스승의 날, 대학에서 제일 존경받는 선생님을 뽑는 행사를 처음 시작했는데 제일 존경받는 분 제 1호가 바로 장원 선생님이셨어요. 사랑과 섬김의 일생에 주님께서 주신 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강당에서 행사가 열렸는데 목사님과 총장님, 또 쟁쟁한 동창분들이 참석한 행사에서 동창분들이 돌아가며 장원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은혜, 또 추억들을 이야기하며 시와 노래와 말씀으로 존경과 감사를 표현했다고 합니다.
한결 같은 사랑과 섬김의 냄새가 봄날의 아카시아꽃 처럼 향긋하게 퍼져나갔나 봐요”
선생님께서는 “신나고 즐거운 경험을 가진 사람은 삶에서 넘어지지 않는다”고 하시며 젊은이 같은 신선한 아이디어로 제자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곤 하셨어요. 어느 해 성탄절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을 데리고 설악산의 백담 산장에서 성찬식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어 주셨는데 얼마나 즐거웠던지 그 기억이 너무나 생생합니다. 고요한 설악산의 검은 하늘엔 아름다운 별들이 보석을 뿌린 듯 빛나고 숙소인 백담 산장 앞의 제법 넓은 시내는 완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어서 모두가 뛰어놀 수도 있었답니다.
선생님은 졸업한 후에도 그리워 찾아오는 제자들과 그 자녀들에게까지 자상한 마음을 담아 카드를 보내주시곤 했어요. 그 카드들은 우리 가족의 소중한 소장품으로 남아있지요.
남편을 천국에 보내고 신학의 길을 가는 저에게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카드에
“나는 만나는 사람에게 당신 자랑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거움이요,
기쁨이에요. 믿음만이 인간을 승화시킴을 새삼 느껴요.
그리고 당신이 별만큼 높아 보이고 의미 있게 생애를 걸어갈 줄 믿어요.”
라고 황송한 말씀을 하시며 구두 한 켤레까지 선물로 보내주셨어요.
선생님께서는 제자를 어떻게 더 사랑할까 하는 생각 밖에 없으셨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야 말로 저의 별이셨어요.
제가 우리 교회에 와서 발견한 별은 장애우 천사들과 그 엄마들입니다.
희생적인 사랑과 헌신으로 천사자녀를 돌보며 주님의 동역자가 되신 이 분들은 분명 하늘의 별같이 높은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님의 동역자가 되지 않고는 누구라도 감당키 어려운 일을 주님을 의지하고 하루하루 사랑으로 살아내는 모습은 정말 존경스러워요.
또 우리 교회의 천사들을 함께 사랑하시는 여러분들도 주님의 동역자이십니다.
몇 년 전에 장애우의 날을 맞아 교회에서 “천사들아, 네 꿈을 펼쳐라” 행사를 할 때 모든 성도님들이 여러 모양으로 도와주시고 천사들을 칭찬하고 격려해주신 사랑이 너무 귀하고 아름다워서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우리 교회 성도님들도 다 별과 같이 아름다운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날 우리 천사들이 자신들의 작품과 포스터를 보며 신기해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는 데 얼마나 의젓하던지요.
2. 씩씩하게
선생님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헤진 구두를 신고 다니는 것을 보시고는 자신의 구두를 그 자리에서 벗어 주셨고 학교 강당공사에서 남은 목재조각들을 보시고는 옆에 있던 리어커에 담아 땔감으로 사용하도록 손수 배달해주시기까지 하셨다는 놀라운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리어커를 끄는 여교수라니 !!!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것을 강조하셨던 선생님깨서는 여대생의 종아리를 때리는 호랑이 같은 선생님이기도 했어요.
선생님께서 한 제자와 약속을 하셨는데 약속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더니 40분이나 지나서야 나타났다고 해요. 불호령이 떨어졌지요.
“당신은 내 인생의 40분을 가져가 버렸어요. 이리 서세요!”
그리고 여대생의 종아리를 때리셨지요.
선생님께선 그 학생을 보내 놓고서 부모님들의 항의가 걱정되셨다고 해요.
이튿날 그 학생의 아버님이 전화를 하셨는데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직도 이렇게 잘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계시다니” 하시더랍니다.
제자를 위한 일, 바르게 키우는 일이라면 선생님은 담대하게 씩씩하게
뛰어들었어요. 전화하실 때도 늘 씩씩하고 큰 음성으로 “장원입니다”하셨지요.
3. 스프랑크니조마이 - ‘불쌍히 여기사’라는 뜻의 단어입니다
평생을 홀로 사신 선생님께서 돌아가시니 가족이 없어서 제자들과 그 남편들이 모여 이대 동대문 병원에서 선생님의 장례를 모셨어요. 입관식에는 30명가량의 제자들이 빼곡히 모였습니다.
선생님은 돌아가신 분 같지도 않고 주무시는 듯 아주 평온한 모습이었어요.
우리는 선생님의 팔과 다리를, 머리카락과 얼굴을 어루만지며 울었어요.
선생님의 떠남이 너무도 아쉽고 아쉬워서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창자를 뒤흔들어 요동치게 했습니다.
항상 내 마음 한 켠에서 안식처가 되어 주신 선생님과 헤어지는 슬픔이 있었지만 삶과 죽음의 거리감이나 어떤 거리낌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 곳에는 죽음이 없었어요. 내 마음에 언제나 살아 계실 선생님!
입관할 때 제 창자가 뒤흔들렸던 그 때를 회상하며 주님을 바라볼 때 문득 한 단어가 떠올랐어요.
‘스프랑크니조마이’
예수께서 나오사 큰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사 그 중에 있는 병자를 고쳐주시니라.(마14:14)
나인성 과부의 죽은 외아들을 사람들이 메고 나올 때 주께서 과부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사 울지 말라 하시고 (눅7:12~14)
여기에 나온 ‘불쌍히 여기다’의 헬라어가 ‘스프랑크니조마이’인데 이 말은 ‘스프랑크논’, 곧 창자, 내장이라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므로 불쌍히 여긴다는 것은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을 머리로가 아니라 속이 타는 듯한 고통으로, 온몸으로 아파하고 슬퍼한다는 말이고 이것이 우리를 불쌍히 여기는 예수님의 마음 이셨지요. 전에 제가 이 단어의 뜻을 들었을 때는 “예수님이시니까 그러실 수 있지” 하고 대충 넘어갔었는데...
‘예수님께서 우리를 향한 말할 수 없는 긍휼로 내장이 떨리도록 온몸으로 아파하고 슬퍼하시며 그 지극한 사랑으로 십자가를 지셨구나!!!
‘우리 장원 선생님께서도 주님을 닮은 그런 마음으로 우리를 사랑하셨던 거야’ 히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장원 선생님께서는 배 아프게 낳은 어머니만 어머니가 아니라 학교에서 만난 딸도 더 아프게 낳는다고 하셨거든요.
그분은 나의 엄마이셨어요. 아니 엄마 그 이상이셨지요.
4.오벧에돔의 복
언젠가 은퇴하신 선생님께서 거처하시는 숙소를 수리하게 되어 그 기간 동안 계실 곳이 필요했습니다. 올림픽 공원과 가까운 저희 집에 계시면 여러모로 편하실 듯하여 한방을 비우고 선생님을 한달간 모신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은퇴하셨지만 제자들도 만나시고 매일 계시던 대학으로 출근하시는 선생님께서 어떻게 많은 제자들의 집을 두고 이 먼 곳, 저희 집에 와 계시게 되었을까 의아했지요.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선생님과 한달을 같이 산 것이 하나님께서 저를 위하여 베풀어 주신 큰 은혜였고 그렇게라도 모시지 못했더라면 큰 후회를 남길 뻔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이번에 간증을 준비하면서도 천사 같은 선생님을 제 아이들이 할머니라고 부르며 껴안기도 하고 다정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기도해주시고 함께 사신 것이 어마어마한 축복이었구나 생각을 하는데 주님께서 오벳에돔이라는 별로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생긱나게 하셨습니다.
성경 사무엘하 6장에 보면 다윗왕이 여호와의 궤를 수레에 실어 다윗성으로 모셔오려고 할 때 소가 뛰어 웃사가 흔들리는 하나님의 궤를 손으로 붙드는 바람에 죽고 난 후 여호와의 궤를 오벧에돔이라는 사람의 집으로 모셔서, 여호와의 궤가 석 달 동안 그의 집에 머물러 있었는데 그동안 여호와께서 그의 온 집안에 복을 주셨다고 기록되어 있어요..
오벳에돔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우연한 사건으로 여호와의 궤가 그 집으로 오게 되어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 복, 하나님 임재의 복을 받았다는 뜻이라 생각됩니다. 제게 장원 선생님이 오셔서 한달을 같이 살면서 받은 복이 바로 이런 기막힌 하나님의 복이었음을 깨닫게 하시네요. 장원 선생님은 저희 집에 큰 복을 가져오신 복 자체이셨던 거지요.
5. 선생님이 내편, 주님도 내편
그런데, 우리 교회에도 장원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귀히 여기며 사랑해 주시는
선생님들이 보이네요.
제가 우리 교회 주일학교 선생님들을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특별히 김민욱 간사님의 재능과 열정과 사랑에 늘 감탄합니다. 전에 아이들에게 꿈을 키워주어야 한다고 자비로 간식도 사 주시며 대학교 탐방을 데리고 다니시더라구요. 그리고 자신의 수고보다는 부모님의 감사 인사 한마디와 아이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더 행복해하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최경숙 권사님을 보면 유난히 활짝 웃으시는 모습에 제 마음도 즐거워지고 아이들에게 엄청난 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환히 웃으시니 아이들이 다 선생님이 내편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 교회학교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 내편이 되면 주님도 내 편이 되는 거지요. “선생님은 내 편, 주님도 내 편.” 신나는 찬양이 나올 것 같아요.
"선생님은 내 편, 주님도 내 편.” 이것은 저의 고백이기도 하고 이번 간증의 주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장원선생님이 저만의 선생님이 아니라 우리들의 선생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에 선생님의 증인이 되고 싶어서 간증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나와 함께 해줄 믿을 수 있는 내 편을 필요로 합니다.
선생님은 부모 다음으로 관계를 맺는 매우 중요한 분들입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복을 받고 또 그 복을 조금이라도 살아내는 우리와 우리 자녀들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요 10:10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 하신 주님의 말씀이 우리 삶의 실제가 되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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